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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울산신문 251225 - 큰 병이 보내는 작은 신호 포착하는 가장 빠른 방법...
작성자 울들병원 등록일 2025.12.29 조회수 51

큰 병이 보내는 작은 신호 포착하는 가장 빠른 방법


[주말ON-건강] 건강검진
연말연초 모임 늘어 느슨해지는 시기
체력 떨어지고 회복 속도도 느려져
생활 습관 흔적들 쌓여 변화 나타나
전반적인 건강 상태 확인하면 좋아
단순 결과지 받는 끝 아닌 시작으로
앞으로 몸 관리 방향 생각하는 계기

김은실 울들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은실 울들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연말이 지나고 연초가 되면 병원마다 건강검짐에 대한 문의가 많다. 특히 연초는 단순히 새해라서가 아니라, 지난 한 해 동안의 생활이 몸에 남긴 흔적이 비교적 솔직하게 드러나는 때이기 때문에 "연초라서 한 번 받아봤어요"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병원 진료실에서도 자연스럽게 건강검진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회사에서 단체검진을 받았다는 분도 있고, 미뤄두었던 검사를 새해를 맞아 예약했다는 분도 있다. 특별한 이유가 없어 보이는 이 선택이 사실은 꽤 의미 있다는 점에서 오늘은 건강검진에 대해 자세히 알아 본다.

 연말은 누구에게나 몸에 조금 느슨해지는 시기다. 모임이 늘고, 식사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지고, 평소보다 늦게 자는 날도 많아진다. 운동이나 산책 같은 활동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연말이니까 어쩔 수 없죠"라는 말을 많이들 하신다. 실제로 그 말이 틀린 건 아니다. 다만 이렇게 달라진 생활 패턴은 생각보다 고스란히 몸에 남는다.

 문제는 그 변화가 바로 통증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크게 아픈 곳이 없으면 대부분은 괜찮다고 느낀다. 그렇게 연말은 지나가고, 몸은 조용히 연초를 맞는다.

 건강검진은 단순한 건강 결과표 보다는 지난 시간을 정리해 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겨울은 몸의 반응이 조금 더 또렷해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날씨가 추워지면 활동량이 줄고, 몸을 움직이는 일이 전반적으로 둔해진다. 평소보다 쉽게 피로해지고, 회복도 느려진다. 

 여기에 연말 동안 쌓인 생활 습관의 흔적이 겹치면 몸은 작은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예전보다 숨이 조금 더 차는 느낌, 체력이 떨어진 것 같은 감각,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은 날이 늘어나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흔히 계절 탓이나 나이 탓으로 넘겨진다. 진료실에서도 "요즘 날씨가 그래서 그런가 봐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럴 때 건강검진은 단순히 결과지를 받는 과정이라기보다, 지난 시간을 한 번 정리해보는 기회가 된다. 

 연초에 검진을 받는 것이 의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말에 쌓인 생활 패턴이 검사 결과라는 형태로 한 번 정리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건강검진이 몸의 모든 상태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연초의 검진은 지금 내 몸이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를 가늠해보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검진을 미루는 이유는 비슷하다. "아직 젊은데요" "지금은 괜찮은 것 같아요" "아픈 데는 없어서요"라는 말이 이어진다. 특히 30대, 40대, 그리고 50대 초반까지는 이런 생각이 더 익숙하다. 일도 바쁘고, 가정에서도 역할이 많다 보니 몸을 우선순위에 두기가 쉽지 않다. 통증이 없다는 이유로 검진은 늘 뒤로 밀린다. 건강검진은 언제든 나중에 해도 되는 일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바로 이 시기가 가장 애매하고, 그래서 더 중요하다. 아주 건강하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뚜렷하게 아픈 것도 아닌 상태. 이 시기에는 몸의 변화가 아주 천천히 진행된다. 체력은 조금씩 떨어지고, 회복 속도는 점점 느려진다. 예전에는 하루면 괜찮아졌던 피로가 이틀, 사흘을 간다. 그래도 일상생활은 유지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진료실에서 "원래 나이 들면 다 그렇지 않나요?"라는 말을 듣게 되는 이유다.

 문제는 "아직 젊은데"라는 말이 몸의 신호를 가장 쉽게 지나치게 만든다는 점이다. 아프지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몸은 항상 통증으로만 경고하지 않는다. 오히려 통증이 나타나기 전까지 여러 가지 작은 신호를 먼저 보낸다. 반복되는 피로, 체중의 변화, 컨디션의 기복, 예전과 달라진 수면 상태 같은 것들이다. 병이라고 부르기엔 애매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겨도 되는 변화는 아니다.

 가정의학과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있다. "검진에서는 괜찮다는데, 왜 몸은 계속 불편할까요?" 이 질문에는 정해진 하나의 답이 없다. 건강검진은 특정 시점의 상태를 확인하는 도구이지, 몸의 모든 흐름을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검사 결과가 정상이어도 생활 습관이나 몸을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불편함은 충분히 생길 수 있다. 반대로 검사에서 작은 이상이 보여도, 당장 일상에 큰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건강검진은 '끝'이 아니라 '시작'에 가깝다. 결과지를 받아보고 안도하거나 불안해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를 기준으로 앞으로 몸을 어떻게 돌볼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연초에 검진을 받는 것이 의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해의 출발선에서 몸의 상태를 한 번 점검하고, 그 흐름을 어떻게 가져갈지 천천히 고민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건강검진을 시험처럼 받아들인다. 결과가 좋으면 안심하고, 나쁘면 걱정한다. 하지만 몸에는 합격이나 불합격이 없다. 다만 지금의 상태가 있을 뿐이다. 수치 하나에 지나치게 매달리거나, 정상이라는 말에 모든 관심을 내려놓는 태도 모두 몸을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결과를 통해 내 몸의 흐름을 읽어보는 것이다.

 연초에 검진을 받았다면, 그 다음에는 몸을 조금 더 관찰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갑자기 모든 것을 바꾸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무리하게 운동을 시작하거나 생활 습관을 한꺼번에 바꾸려 하면 오히려 부담이 커진다. 

 대신 하루를 보내며 언제 가장 피곤한지, 어떤 습관이 몸을 더 지치게 만드는지, 무엇이 회복을 방해하는지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런 관찰은 몸을 고치기 위한 행동이라기보다, 몸과 다시 연결되는 과정에 가깝다.

 "아직 젊은데"라는 말은 몸을 아끼는 말처럼 들리지만, 때로는 가장 위험한 변명이 되기도 한다. 젊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이유로, 괜찮다는 이유로 몸의 신호를 미루다 보면 어느 순간 변화가 눈에 띄게 나타난다. 

 그때서야 "그때 조금만 더 신경 썼으면 어땠을까"라는 말을 하게 된다. 하지만 몸은 그 이전부터 이미 여러 번 말을 걸어왔을지도 모른다.

 건강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지도 않는다. 연말에 쌓이고, 연초에 드러나는 변화는 몸이 보내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건강검진을 연초에 받는 이유는 그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한 해 동안의 몸 상태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김은실 울들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