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 제목 | 울산신문 251030 - 겨울철 '허리 삐끗' 단순 넘기면 걷기 힘들어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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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울들병원 | 등록일 | 2025.10.31 | 조회수 | 20 |
겨울철 '허리 삐끗' 단순 넘기면 걷기 힘들어져
[주말ON-건강] 척추관협착증신경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져 생긴 질환50대 많이 나타나지만 젊은층 점차 증가다리 저림·감각 둔화 등 반복시 진단 필요가벼운 증상시 약물·물리·주사치료 통증 ↓악화시 절개 최소화 수술법 회복 기간 짧아

날씨가 쌀쌀해지면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빠르게 늘어난다. 진료실에서도 “어제 허리를 삐끗했어요" “갑자기 허리가 아파서 일어나기가 힘들어요"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대부분은 단순 근육통쯤으로 여기고 파스나 찜질로 버티지만, 통증이 며칠 이상 계속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표면상으로는 염좌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척추관협착증이 숨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척추관협착증은 말 그대로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져 생기는 질환이다. 척추는 여러 개의 뼈가 쌓여 기둥을 이루는데, 그 안에는 신경이 다니는 통로가 있다. 나이가 들면 뼈의 끝부분에서 돌기(골극)가 자라나고, 인대가 두꺼워지며, 디스크(추간판)가 뒤로 밀리면서 그 공간이 점점 좁아진다. 이로 인해 신경이 눌리면 허리뿐 아니라 다리 쪽에도 통증과 저림이 생긴다.
대부분은 퇴행성 변화에서 비롯된다. 오랜 세월 동안 척추에 반복된 부담이 쌓이면서 인대가 두꺼워지고, 척추를 지탱하던 근육이 약해지며 신경 통로가 점점 좁아지는 것이다. 외상이나 과거 수술 이력, 선천적으로 척추관이 좁은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흔히 50대 이후에 많이 나타나지만, 오래 앉아 있는 생활습관 탓에 젊은 층에서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 질환의 대표적인 신호는 걷기 불편감이다. 일정 거리 이상을 걷다 보면 허리나 다리가 당기고 저리며, 잠시 쉬면 괜찮아지는 양상이다. 처음엔 허리가 묵직하고 다리가 쉽게 피로해지는 정도지만, 점점 보행 거리가 줄어드는 것이 특징이다. 앉거나 몸을 앞으로 숙이면 통증이 줄고, 허리를 펴면 오히려 심해진다. 단순 근육통이라면 며칠 안에 좋아지지만, 협착증은 시간이 지나도 통증이 줄지 않고 점차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증상이 악화되면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지기도 한다. 오래 서 있거나 걸으면 다리가 저리고, 심한 경우 발끝까지 찌릿한 느낌이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변화가 나타나면 단순히 “허리를 삐끗했다"고 넘기기 어렵다. 신경 압박이 지속되면 손상으로 이어져 보행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이런 증상이 더 두드러진다. 낮은 기온은 근육을 수축시키고 혈류를 감소시켜, 이미 좁아진 신경 통로를 더욱 압박한다. 여기에 활동량까지 줄어 허리 근육이 약해지면 통증이 쉽게 생긴다. 따라서 추운 계절에는 허리 통증이 단순한 피로인지, 질환의 신호인지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통증이 생기면 “운동으로 풀면 낫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가벼운 운동은 도움이 되지만, 척추관협착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때로 독이 될 수도 있다. 준비운동 없이 차가운 상태에서 갑자기 허리를 젖히거나 비트는 동작은 신경 압박을 더 심하게 만든다. 허리를 뒤로 젖이는 자세는 척추관을 좁혀 통증을 악화시키고, 과도한 스트레칭은 인대와 근육을 자극해 증상을 되레 심하게 할 수 있다.
몸을 풀기 위한 스트레칭도 방향과 강도가 중요하다. 상체를 깊게 젖히거나, 급하게 숙이거나, 허리를 틀어주는 동작은 척추 주변 조직을 과도하게 당겨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쭉 늘려야 시원하다'는 느낌보다는, 자신의 몸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증이 발생하거나 다리에 저림이 동반되면 즉시 멈추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겨울철 척추 건강의 기본은 '무리하지 않으면서 꾸준히'다. 외출 전에는 허리와 다리를 온찜질로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찬 공기는 근육을 뻣뻣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작은 동작에도 통증이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운동 전에는 5~10분 정도 가볍게 걷거나 제자리에서 무릎 들기처럼 체온을 높이는 동작으로 몸을 푼다. 이후에는 허리를 숙이거나 젖히는 동작보다는 몸통을 좌우로 부드럽게 돌리는 유연운동이 적당하다. 걷기는 한 번에 오래 하기보다 여러 번 나누어 짧게 하는 것이 안전하다. 평지에서 보폭을 작게 유지하고 허리를 곧게 세운 자세로 걷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습관 관리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의자에 앉을 땐 허리를 곧게 세우고, 등을 완전히 기대지 않아야 척추의 자연스러운 곡선이 유지된다. 한자리에 오랜 시간 앉아 있는 것은 피하고, 1시간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물건을 들 때는 허리를 숙이기보다 무릎을 굽혀 앉은 자세로 들어야 한다. 장시간 운전이나 스마트폰 사용도 허리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므로, 틈틈이 자세를 바꿔 주는 것이 좋다. 이런 작은 습관들이 쌓여 척추를 보호하는 기초가 된다.
겨울철에는 실내 환경 관리도 신경 써야 한다. 찬 바닥에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와 엉덩이 근육이 쉽게 굳는다. 가능하면 의자에 앉는 습관을 들이고, 바닥에 앉을 때는 방석을 두껍게 깔아 체온 손실을 줄인다. 실내 온도는 20도 정도로 유지하고, 외출 시에는 보온대나 얇은 무릎담요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만 전기장판이나 뜨거운 찜질팩을 장시간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과도한 열은 피부 자극이나 저온 화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15~20분 내로 제한하는 것이 안전하다.
체중 관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체중이 늘면 척추에 가해지는 압력이 증가해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식사량을 조절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흡연은 혈액순환을 방해해 신경 회복을 어렵게 하므로 가능하다면 금연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통증이 있을 때 언제 병원을 찾아야 할까? 며칠 쉬어도 낫지 않거나, 다리 저림·감각 둔화·보행 시 통증이 반복된다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척추관협착증은 MRI나 CT 검사로 신경이 눌린 부위를 확인할 수 있다. 증상이 가벼운 단계에서는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주사치료만으로도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통증이 심하거나 신경이 크게 눌린 상태라면, 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을 넓혀주는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절개를 최소화한 수술법이 발전해 회복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
다만 모든 환자가 수술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허리 수술을 하면 다시 걷기 어렵다"거나 “수술은 마지막 선택"이라는 생각으로 치료를 미루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단계에서는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수술 여부'가 아니라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반대로 신경 압박이 오래 지속되면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증상이 반복된다면 전문의와 상의해 현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두려움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이해다. 조기에 진단하고 꾸준히 관리한다면 대부분의 환자들이 일상생활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
겨울철 허리 통증을 단순한 '삐끗함'으로 넘기지 말고, 통증의 양상과 지속 기간을 유심히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 근육통은 휴식으로 회복되지만, 협착증은 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줄지 않고 오히려 심해진다. 조기 진단은 치료 시기를 앞당기고 회복 가능성을 높인다. 무엇보다 “움직여야 낫는다"는 생각보다는 “내 허리가 어떤 상태인지"를 먼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척추는 몸의 중심이자 균형을 잡는 기둥이다. 추운 계절일수록 근육이 경직되고, 작은 동작에도 부담이 커진다. 이럴 때일수록 무리한 운동보다 자신의 몸 상태를 인식하고, 필요한 만큼만 움직이는 습관이 필요하다. 허리와 다리를 따뜻하게 유지하고, 일상 속에서 가벼운 스트레칭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척추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사람들은 몸을 웅크린다. 그러나 척추는 우리의 몸을 지탱하는 중심이다. 추운 날씨에 몸을 푸는 것도 좋지만,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우리의 척추일지도 모른다. 허리의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 그것이 겨울을 건강하게 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정리=민창연기자 changyo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