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제목 | 울산신문 250428 - 통증 완화 수단 맹신하다 큰 병 만들수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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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울들병원 | 등록일 | 2025.04.28 | 조회수 | 13 |
통증 완화 수단 맹신하다 큰 병 만들수도
[건강] 허리 통증, 찜질이 답일까
통증 생기면 무작정 찜질·민간요법 실행
잘못된 찜질시도 피부손상·염증 유발
디스크 질환 생활습관 등 다양하게 작용
약물·물리치료 등 전문의와 상담 필요

현대인들에게 육체적 또는 신경적인 이유로 쌓이는 각종 피로와 잘못된 자세, 무리한 움직임은 결국 우리 몸에 신호를 보내게 된다. 그게 바로 통증이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신호를 무심히 넘긴다는 데 있다. 통증이 반복되어도 “별일 있겠어?" 하며 지나치고, 뻐근함이 일상이 되면 스스로 '원래 이런 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인식은 통증을 단순한 불편함으로 여기게 만들며, 치료의 필요성을 늦추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하지만 '익숙함'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몸이 보내는 경고를 무시한 결과는 생각보다 크다. 찜질이나 파스, 마사지로 증상을 누그러뜨리려는 시도가 흔하다. 통증이 생기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방법 중 하나가 찜질이다. 일단은 따뜻하게 덮어보자는 생각. 찜질팩이나 핫팩부터 찾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찜질은 무조건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구분 없이 무작정 찜질을 반복하거나, 민간요법만을 신뢰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위험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허리 통증이 엉덩이나 허벅지, 종아리를 따라 내려가고 저릿한 느낌이 지속된다면 이는 신경이 압박받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다. 이럴 땐 찜질보다는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할 때다. 또한 잘못된 찜질 시도는 피부 손상이나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층의 경우에는 순환계 부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찜질은 통증 완화의 수단이 아니라, 정확한 진단과 치료 계획이 선행된 후 보조적으로 사용돼야 한다.
허리 통증의 원인 중 가장 흔히 언급되는 질환이 바로 '디스크', 즉 추간판 탈출증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단어 하나로 모든 척추 문제를 뭉뚱그려 이해하고 있다. 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에 위치한 구조물이며, 충격을 완화하고 움직임을 유연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 구조물에 이상이 생기면서 신경을 눌러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 바로 디스크 질환이다.
박성훈 울들병원 신경외과 원장이 진료를 보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영상에서 디스크가 탈출되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증상이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MRI 상에서 디스크가 돌출돼 있어도 전혀 증상을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영상상 문제가 미미해 보여도 극심한 통증이나 신경 증상을 겪는 이들도 있다. 즉, 통증 자체의 정도보다는 그것이 일상생활에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또한 디스크 질환은 진행 속도나 회복 양상도 개인차가 크다. 체형, 생활 습관, 유전적 요인까지 다양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사례를 단순 비교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본인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며칠 전부터 뻐근했는데, 갑자기 다리가 저려요" 혹은 “걸을 땐 괜찮았는데, 요즘은 서 있는 것도 힘들어요" 이런 환자들의 공통점은 '초기 통증'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는 것이다. 몸은 이미 수차례 신호를 보냈지만, 그 경고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방치한 결과 신경 압박이 심해져 일상 기능 자체에 영향을 주는 단계로 진행된 경우다.
이처럼 척추 질환은 갑자기 심해지기보다는, 서서히 누적된 문제들이 한계치를 넘어서며 통증의 양상이 급변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통증의 양상이 바뀌었거나, 참기 어려운 새로운 증상이 동반된다면 그것은 치료의 '타이밍'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또한 통증이 일시적으로 사라졌다고 해도,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았다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간헐적인 증상일수록 오히려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쉬우며,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효율적이다.
치료 방법에 대해선 여전히 오해가 많다. 디스크라는 말을 듣는 순간 '수술해야 하나요?'를 떠올리는 환자들이 많다. 반대로 어떤 이들은 수술은 절대 해선 안 된다고 단정 짓는다. 그러나 실제로 척추 질환의 치료는 수술과 비수술, 양극단 사이 어딘가에 있다.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신경차단주사, 시술적 접근 등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며, 가장 중요한 건 환자 개개인의 증상 정도와 삶의 양식을 고려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을 찾는 일이다. 최근에는 최소침습 시술이나 재활 중심 치료 등 환자의 회복 부담을 줄이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무조건적인 수술이나 민간요법 중 하나를 선택하기보다는, 전문가와 상의해 균형 잡힌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증상이 경미할 때는 최소한의 치료만으로도 회복이 가능하지만, 병이 진행된 후에는 치료 방법이 제한되거나 회복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 정답은 없다. 그저, '지금 나에게 필요한 치료는 무엇일까'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할 뿐이다.
울산은 특성상 제조업에 종사하거나 장시간 중노동을 하는 인구가 많고,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은 허리와 관절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반복적으로 허리에 무리를 주는 작업환경은 퇴행성 변화의 속도를 앞당기고, 작은 통증도 쉽게 만성화되기 쉬운 조건이 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그 정도는 참을 만하다"며 병원을 찾기를 주저한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인내는 종종 병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진다. 참고 참다가 도저히 안 되어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상태가 악화되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순간순간의 불편함이 쌓여 어느 날 일상을 멈추게 만든다. 특히 남성 환자들의 경우, 직업상 업무 공백을 우려해 병원 방문을 미루는 사례도 흔하다. 그러나 일시적인 공백보다 더 큰 문제는 만성화로 인한 삶의 질 저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오히려 회복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일터 복귀도 늦어질 수 있다.
지역 병원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은 물리적 거리의 가까움이 아니다. 환자의 직업, 일상생활, 통증을 대하는 태도까지 이해할 수 있다는 '맥락의 이해'가 진료에 녹아 있다는 데 있다. 똑같은 허리 통증이라도 환자가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해왔는지,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를 함께 고려할 수 있을 때 진짜 환자 중심의 치료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허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두 사람이라도 한 명은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직장인일 수 있고, 다른 한 명은 무거운 물건을 반복해서 들어야 하는 생산직 근로자일 수 있다. 같은 질환이라도 치료 접근법과 생활 조언은 달라져야 한다. 이처럼 환자의 삶을 함께 읽어낼 수 있는 곳, 그것이 지역 병원의 진짜 가치다. 치료 후에도 다시 일터로,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재발을 막는 생활 관리와 꾸준한 관찰까지 이어지는 것이 진정한 '지역 주치의'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박성훈 울들병원 신경외과 원장.
척추 건강은 결국 삶의 질과 직결된다. 통증은 단지 고통의 문제가 아니라, 움직임의 제약이고, 생활의 제한이다. 앉고, 걷고, 눕고, 일어나는 모든 동작에 불편함이 생기면 우리는 더 이상 나답게 살아가기 어렵다. 건강은 잃은 뒤에야 그 소중함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척추 통증은 예방과 조기 치료만 잘해도 그 고통의 강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평소 작은 신호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내 몸의 변화에 귀 기울이는 태도가 가장 효과적인 치료의 시작이다.
중요한 건 참지 않는 것이다. 치료는 시기를 놓치지 않을 때 더 쉬워지고, 결과는 더 나아진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필요한 조치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그것이 건강한 일상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정리=민창연기자 changyoni@